회고/개인적인 생각들

슬럼프 넘겨버리기

codesparkling 2025. 4. 3. 00:57

오늘은 한 달 넘게 이어지던 슬럼프를 넘긴 날이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 인공지능 리팩토링 기간이 끝나고 다들 일주일의 휴식을 가졌다.
그 휴식기 동안도 알차게 보내고자 코테 준비도 하고, 리눅스 기본서도 읽고, 5,6년만에 헬스장도 가서 주 3회 이상 운동을 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이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코드도 멀리하는 취미를 하나 했어야 했던 것 같다.


3월 4일부터 다시 Denamu 서비스를 위해서 스프린트가 시작되었고 OAuth 회원가입을 맡게 되었다.
정말 무서운 일인데, 이 때부터 코드가 눈에 안 들어오고 손에 안 잡히기 시작했다.
OAuth에 대해 공부하거나 코테 공부를 하거나, 리눅스 공부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근데 Denamu의 OAuth 코드를 작성하려고 하니까 귀신같이 코드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다음 주 수요일(3/12) 스크럼 시간까지 기능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다.

개발일지를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계속 분석하고 최대한 써보자, 해보자, 마음을 먹었는데 일주일 동안 컨트롤러 API 엔드포인트 하나를 만들면 그 이후 작업이 진행되질 않았다.
그러니 점점 팀원들에게 미안함, 회의에 대한 두려움이 겹치며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무서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그렇게 1주씩 지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며 안압도 오르고 두통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헬스장 때문인가 싶어 연달아서 5일을 쉬어보기도 했지만 코드가 안 써지는 것은 마찬가지더라.
유튜브에서 번아웃에 대해 찾아도 보고, 현직 개발자들은 어떻게 이런 무기력증(?)을 극복했는지 엄청 찾아봤다.
(이 때, 포모도로 학습법이나 심리 영상을 통한 명상 등 정말 많은 정보들을 찾아봤던 것 같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려고도 엄청 노력했다.)

저번 주 일요일까지도 팀원들에게 작업을 못한 마음에 미안함이 있었고 이 작업 때문에 내가 다른 기능을 만들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억울함도 느끼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강했다.
월요일에는 예비군 훈련이 있어서 총을 쏘러 갔는데 이 때 아무 생각없이 최대한 잘 되겠지~라는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 이후 스프린트 플랜을 세우면서 여러 핑계를 대며 미안하다, 아직도 OAuth 회원가입 구현 못했다는 내용을 말했다.
그리고 잘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우연인지 하늘이 나를 좀 더 쉬라고 기회를 준 건지 감기 기운, 몸살 기운이 올라왔다. 열도 나고 목도 아프고...
그렇게 코테만 풀고 Denamu OAuth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대망의 오늘, OAuth로 회원가입을 구현했다. (아직 버그가 많아서 PR은 못 썼지만)
3월 4일에 기능을 할당받고 4월 2일인 오늘은 약 1달이 지난 날이었다.
제로초님 영상 중에 무기력증이 찾아왔었는데 몇 달이었나, 한 달이었나 코드를 아예 손대지 않고 보낸 적이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코드를 짜고 싶은 날이 찾아온다던데 그게 오늘이었나 싶었다.
오늘이야말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클로드도 적극 활용하고 열심히 코드를 짰는데 기능이 동작하는 것을 보니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했던 걱정들이 모두 보상받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안되면 잠깐 멀리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안되는 걸 너무 하려고 붙잡으려다 보니까 스트레스만 받지 제대로 되는 것도 없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2주 놓고 다른 작업이나 공부를 하다가 다시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슬럼프란 녀석은 진짜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어느 순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